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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에서 스탑오버? 여행 후기

파닐로브 2022. 6. 24. 06:03

두바이에서 스탑오버? 여행 후기

두바이에서 스탑오버? 여행 후기
두바이에서 스탑오버? 여행 후기

저희는 결혼식을 목요일 저녁에 진행해서 다음날 신혼여행을 갔답니다. 5년 정도 연애하고 결혼한 거라 다른 신혼부부처럼 마구마구 애정이 샘솟거나 닭살행각을 하지는 않지만 서로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고 그때도 마찬가지였답니다. 다만 다른 부부랑 또 다른 점은 매우 자주 몇 년 살아 본 부부들의 문제를 가지고 싸운다는 거죠. 둘이 처음 함께 하는 해외여행에 굉장히 들떴고 연애하기 전부터 "내 신혼여행지는 꼭 산토리니 여야 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기에 신혼여행 가기까지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고 즐거웠어요. 근데 결혼식 끝나고부터 좀 불편한 문제로 다투기 시작했고 다음날 출발하기 전까지 계속 싸웠지요. 저희가 이용할 항공은 에미레이트라서 밤 11시 55분에 출발하는 거였답니다. 그래도 저희는 싸우고 서로 용서해 줄 때까지 말 안 해.라는 마인드가 아니고 서로 잘 잊어버리고 금방 헤헤거리는 성격들이라 비행기 타러 가면서 풀렸답니다. 즉, 면세점에서 신랑 향수를 사주면서 풀렸다는 말이 되겠네요. 저희가 평생 처음 하는 해외여행이고 비행기도 처음 타봐서 여행사에서 말한 대로 자유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출발 3시간 전인 무려 9시에 공항에 도착해버렸어요.

힘들었던 비행

항공권 발권은 굉장히 늦게 시작하더라고요. 저희는 이따 라운지니 뭐니 그런 거 알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체크인해줄 때까지 멍 때리고 있었답니다. 어찌어찌 문 닫은 면세점들 중 그나마 열렸있던 향수 판매대에서 신랑 향수를 하나 덜렁 구입하고 비행기 탑승하러 갑니다. 그리하여 올라탄 비행기가 마냥 신기한 저와 전날 결혼식 때부터 골골대기 시작한 신랑의 첫 비행이 시작됩니다. 에미레이트는 각 좌석마다 모니터가 있고 여러 가지의 게임과 영화가 있어요. 저희는 이때 쿵후 판다 2번씩 돌려 봤었어요. 워낙 장거리 비행이라 자다 일어나서 게임하고, 영화 보고 두리번거리고 그렇게 장거리 비행인데 전 왜 한 번도 화장실을 가보지 못했을까요?? 그렇게 긴 시간 날고 날고 날아가다 신랑은 결국 아픈 걸 참다못해 승무원을 불러 두통약 등을 받았어요. 다행히 한국에서 출발하는 에미레이트에는 한국인 승무원이 있어서 약을 쉽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분이 오시길 계속 기다렸다는 게 좀 아쉬웠습니다. 승무원 부르는 호출 버튼을 눌렀다가 괜히 외국인 승무원이 오면 저희는 얼어버릴 거 같았거든요. 그렇게 약을 먹고 진정된 모습으로 드디어 두바이 상공을 가로지릅니다. 처음에는 두바이에서 경유하는 시간이 무려 5시간이나 넘기 때문에 스탑오버를 해볼까 했었어요. 사막투어가 유명하다길래 신랑에게 말했는데 더위에 무지 약한 저희 신랑은 단번에 자르더라고요. 근데 안 하길 매우 매우 다행이라고 두바이 공항에서 내리는 순간 온몸으로 생각했습니다. 공항 활주로를 내려와 공항버스를 타고 실내로 이동을 하는데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게 한증막에 들어간 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원래 할머니 몸뚱이라 지지고 덥히고 지압하고 침 맞고 부항 뜨고 이런 거 매우 좋아하는데 도저히 저도 두바이의 더위는 못 참겠더라고요. 헉헉거리며 두바이 공항 실내로 들어가서 저희는 흑인 노숙 오빠들과 함께 의자에 널브러졌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저희는 라운지 따위 알지 못했어요.) 맞은편에 보이는 대한항공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를 부러워하며 넋 놓고 있다가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좋다는 두바이의 면세점을 둘러보러 나섰습니다. (사실 대리석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자니 제 엉치뼈 으스러질 거 같고 추웠어요.)

두바이 면세점

두바이의 면세점 안에는 저희 신랑이 매우 좋아라 할만한 바이크가 모셔져 있더라고요. 전시용이었는지 판매용이었는진 가물가물하지만, 제 기억으론 판매용이었던 거 같습니다. 만약 판매용이라면 그거 어떻게 배달해주는지 궁금하네요. 면세점 이용의 재미를 몰랐던 저때의 저희는 그 크다던 두바이의 면세점을 단 30분도 안되어서 모두 둘러보았답니다. 그리곤 앉아 있을 곳을 찾아 저희가 간 곳은 흔히 보아 메뉴도 안심이고 맛도 안심일 거 같은 "맥도널드". 두바이까지 와서 (비록 공항이지만) 저흰 맥도널드의 맥치킨세트를 야식으로 챙겨 먹고 주욱 앉아 있고 싶었으나 많은 이들이 저희처럼 라운지를 모르는 건지 계속해서 그 좁은 맥도널드로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눈치 보여서 저희는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냉큼 일어섰답니다. (지금은 한국의 맥도널드도 콜라 리필이 안되지만 그 당시는 됐었는데 두바이는 안되더라고요. 매니저에게 거절당했는데 매우 민망했지만 이내 곧 특별히 해준답시고 해주더라고요.) 두바이 공항 내에 있는 맥도널드에 앉아서 친정 부모님, 시부모님께 인사드리고 바깥을 쳐다보는데 아니 글쎄 두 줄기의 물이 계속 떨어지는 거 아니겠어요? 청소하나 하고 자세히 째려보니 공항 안과 밖의 온도차 때문에 습기가 물이 되어 굵은 물 주기로 떨어지는 거더라고요. 그걸 보며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두바이에 스탑오버 안 하길 잘했다면서요. 이래저래 시간 때우기 신공을 펼쳐 보이며 두바이에서의 기나긴 5시간의 기다림이 끝나고 드디어 그리스로 날아갑니다. 두바이에선 1이라는 걸 "으아-"라고 하나 봐요. 탑승구를 알려주는데 계속 으아-으아- 하길래 뭔가 했더니 5시간 듣다 보니 깨닫게 되네요. 엄청 시끄럽고 인상 깊은 발음이었습니다.